유효거리 8

탑횽 생일 축하해요☆ 맛있는 거 많이 많이 드세연!


라고 말하고 딱히 생일과 하등 관련업ㅂ는 ㅎㅁ팬퓍








그 생난리를 피워가며 최승현과 안면을 텄는데, 연락을 할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고 하는 동안에 어느새 기말 시즌이 다가온 것이다. 기말 고사만 지나면 곧 방학이겠지만 그 산을 넘는 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험하고 거칠었다.

특히 자기 잘난 맛에 3, 4학년 전공을 요리 조리 끼워 넣은 권지용은 기말 고사 기간이라는 이름이 붙자마자 수라장을 헤매기 시작했다. 3일에 한 번씩 3주 간 몰아치는 학점 기여도 50%의 시험들의 습격은 딱히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설상가상으로 2학년 기본 시간표와 그 외 전공과목을 적절히 끼워 넣은 그의 독창적인 시간표를 함께 할 수 있는 동기들은 아무도 없었고,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닥치고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공대에서 가장 먼 도서관의 그룹 스터디 룸 하나를 차지한 그는 깨알 같은 글씨로 써진 수식을 형광펜으로 무성의하게 직직 긋다가 그 책 위에 바로 엎드려 버렸다. 아,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게 글씨니. 이틀을 연달아 샜더니 머리가 윙윙 울려 아무 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통 이것보다는 먼저 기말 준비를 시작하는데 예상치 변수가 끼어들어 다 말아먹었다.

지용은 핸드폰을 열어 최승현 번호로 내 시간 돌려내애애애애애애 라고 폭풍 문자를 치다가 허, 하면서 황급히 폴더를 닫았다. 더 이상의 미친 짓은 안 되거든요.

슬쩍 시계를 보니 4시였다. 그룹 스터디 룸을 빌리기 위해 잠시 대여했던(이라고 쓰고 갈취라 읽는다) 이승리의 학생증 주인이 올 시간이 다 되었다. 자긴 그냥 대열람실에서 공부한다는 것을 권지용이 바득바득 우겨서 같이 이 방을 잡게 됐다. 부산스런 대열람실보다 조용한 개인실이 백배 나은 걸, 은혜도 모르고 투덜대고 있다.

그는 아사사사- 기지개를 켜며 의자에 바로 앉았다. 대충 올려 묶어 놓은 앞머리가 내려와서 다시 잡아 예쁘게 사과 머리로 묶어줬다. 뭘 해도 난 빛이 나죠. 어느 노래 가산지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을 흥얼거리며 책을 보려는데, 역시 아직도 정신이 좀 훼까닥 훼까닥 했다. 다시 한 번 시계를 내려다보며 승리가 4시 반 쯤 올 테니, 차라리 그 때까지 잠깐 눈만 붙이고 승리에게 깨워달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핸드폰을 열어 빠르게 문자를 쳤다.


「야와서나깨워줘올때커피도하나사와시원한거」


바로 전송 버튼을 누른 지용은 후드를 뒤집어 쓴 채 최대한 편하게 팔베개를 하고 눈을 감았고, 그 즉시 잠이 들었다. 뭔가 잊어버린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용아-


그 짧은 시간 동안 잠이 깊게 들었는지 바로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눈은 무겁고, 머리는 윙윙 울리고, 걍 일어나지 말고 자! 라고 온 몸이 소리치는 기분이다. 그 와중에 무언가가 아주 살짝, 조심스럽게 어깨를 툭- 친다. 애써 모른 척 했더니 무언가가 또 툭, 친다.


쥐, 쥐용아- 일워나아-


뭔가 이상한 소리가 고막을 때리는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졸렸다.


일워나아-


또다시 들리는 어눌한 소리와 어깨를 자신 없게 툭 두드리는 손길에 꾹꾹 누르며 참고 있던 권지용의 지랄 맞은 성질이 폭발했다.


"시발 일어났다고!!!!!!!!!!!!!!!!!!!!!!!!!!!!!!!!!!!!!!!!!!!!! -어"

"어-"


확 뿌리치며 고개를 든 것 까지는 좋았는데, 당연히 이승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이승리가 아니었다. 잠에서 덜 깬 눈이 헛것을 보는 건가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그 앞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당장 밖으로 도망갈 태세로 달달 떨고 있는 것은 눈이 크고 진한 최승현이 맞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데, 분명 자기가 공부하다가 엎어진 그 방이 맞았다. 책상 위에 펴 놓고 잠든 책도 자기가 펴 놓은 책이 맞았다. 단 하나 이질적인 것이 있다면 이제라도 도망을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최승현이었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던 권지용의 눈길이 자신에게 향하자 안절부절하고 있던 승현이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뮈, 뮈안- 눼가 구럴려구 구뤈 게 아뉘라-"

"-어, 선배가 왜-"


나름 자기도 당황해서 허둥지둥 하는데 퍼뜩 생각나서 침 흘리고 자지 않았나 입가도 좀 훑어주고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도 내리려고 하다가- 그냥 쓰고 있었다. 자다 일어나서 머리가 어떻게 되어 있을 지 짐작도 안갔다. 유리벽에 비친 모습을 보니 일단 인간의 형상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전 승리인 줄 알고- 진짜 선배한테 한 말 아니거든요?"

"아, 아뉘- 아뉘야-"

"진-짜 죄송해요. 선배인지 모르고-"

"아냐 눼가 더 뮈안-"


서로 당황해서 횡설수설 하는데 지용은 진짜 이 사람이 여기 왜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설마 나 스토킹 한 건가- 라고 반쯤은 진심으로 생각하며 물어보려고 하는데 최승현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얼떨결에 받았는데 차가운 커피 음료였다.


"어?"

"아뉘- 눠가- 사오롸구- 해숴-"


최승현이 그 진한 목소리로, 평소에도 어눌했던 목소리를 더 질질 끌면서, 쑥쓰러운 듯이 말하는데 권지용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내가 잠꼬대로 최승현한테 전화를 걸었나, 언제 이런 걸 사오라고 했지?

그때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서 발신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신 발신 통합 메시지 창에 떡 하니 떠 있는 세 글자, 최승현이 보였다. 아, 이런 미친.

내가 대체 뭐라고 써 갈겨 보냈더라, 라고 고민하는데- 눈앞에 최승현이 조금은 쑥스러운 듯, 자랑스러운 듯 귓불을 빨갛게 하고 실실 웃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커피를 보았다. 학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브랜드다.


"사쉴 커퓌 전문줨에숴 솨오려고 했눈뒈 문 앞에숴 뫅더라구-"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모으며 웃는데- 참 빙구 같이 웃는다 생각하면서도 그냥 와락 껴안아 버렸다.


"와, 나 선배 진짜 좋아!"


자기도 모르게 한 행동이라 아, 이거 좀 잘못 했나 싶었는데 품에 넉넉하게 들어오는 게-밖에서 보면 안는 다기보단 매달린 꼴이겠지- 또 말랑말랑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더듬거리며 꾹 힘주어 안고 떨어졌다.


"내가 이 커피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사 왔어요? 진짜 신기하다-"


물론, 설탕이 죽을 만큼 듬뿍 들어 있는 엔제리너스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건 평소라면 목이 말라 비틀어져도 안 먹겠지만 자기가 아니라도 저 얼굴을 보며 나 이거 싫은데ㅋ라고 시크하게 외칠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최승현이 잠시 멍하니 굳어 있다가 머리를 만지며 웃었다. 좋아한다뉘 좔 됬눼-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려는 것을 권지용이 낚아챘다.


"이것만 주고 가는 게 어딨어요. 안 그래도 좀 쉬려고 했는데 좀 있다가 가요, 선배."


최승현이 어, 어- 아뉘- 그궤- 라고 꾸물거리다가 웅, 구뤌게- 라고 대답한 것은 물론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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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신같지만 써가고 이써
19장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호모글을 이리 길게 쓴 건 첨인듯
그리고 이렇게 길게 갔는데 이리 호모 안 같은 것도 첨...........은 아니구나 많구나

포옹 했음ㄳ

그리고 공대 스케쥴은 제 씽크빅입니다. 믿으시면 곤란.

by 펄슨 | 2009/11/04 01:49 | -팬질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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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애령 at 2009/11/04 03:28
드디어!!1 펄슨님이 담편을 써주셔따!!11ㅋㅋㅋㅋㅋㅋ 아오 이 귀여운것들을 어쩌면좋을까 승혀나!! 문자하나에 어디잇는지도 모르는 쥐용이한테 쪼르르 달려오는 너는 정말 조강지처.....ㅋ.ㅋㅋㅋㅋㅋㅋ 아 드디어 포옹을.........담편기대합니닼ㅋㅋㅋ
Commented by 펄슨 at 2009/11/06 21:09
참 빠르지 않나요^.^ 이러구ㅋㅋㅋㅋㅋ 진짜 얘들은 너무ㅠㅠㅠㅠㅠㅠ귀여워요 실제랑 비교해보면 전 도망가야겠지만 최대한 귀ㅋㅋㅋ엽게 재현하려고 애썼습니다ㅋㅋㅋ
이미 반쯤 스토커인 것 같지만 어떻습니까 탑횽이 예쁜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아스타롯 at 2009/11/06 00:13
오오 포옹했어!!!!!!!!!!!!!!!!!!!!!!!!!!!!!!!!!!!!!!!!!! 아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 최승현은 지디한테 존댓말을 기대하지도 않는구나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
Commented by 펄슨 at 2009/11/06 21:0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오 포옹 오오 이건 뭐 호모인지 아닌지
이미 불러만 줘도 좋은 득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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